저녁을 먹고 마지막 코스로 나보나광장으로 갔다.
로마에 있는 많은 광장중에서 가장 이채롭고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하는데,
잠깐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저 멀리 보이는 천사의 성을 보고나서,
금새 나보나광장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건 역시 넵튠 분수.
천사와 악마에서 나왔던 물의낙인과 관련된 배경이 된 그곳이다.
카톨릭의 성역에 이교도의 분수가 있는 그곳인데,
사실 로마가 그리스의 신을 그대로 가져왔으니까 여기 있는게 당연한건데..
여튼 이 분수가 트레비 분수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광장 중앙에는 성 아그네스 성당이 있었고,
그 맞은편에 4대강의 분수가 오벨리스크와 함께 있었다.
밤이라 잘 나온 사진이 영 없다..
이 분수는 베르니니가 설계한 4대강의 분수인데..
(왠지 MB가 순간 떠올랐는데 감히 여기 견줄수는 없지..)
다뉴브, 갠지스, 나일, 리우 대륙별로 가장 상징적인 강들을 표현했다고 한다.
자세히 보면 바로 앞의 성 아그네스 성당쪽을
무너지는게 아닌지 불안한 모습으로 보고있는데,
이는 베르니니가 그 라이벌인 보로미니가 건축한 성당을 디스하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성당이 좀 더 늦게 완공되었으니 단순히 성당쪽을 디스하는건지,
아니면 그냥 만들어진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당히 재미있는 모티브였다.
가이드님의 말을 따르자면 보로미니는 이 성당에
자애로운 아그네스 성인상을 세움으로써 분수에게 겁먹지 말라는 듯한 제스쳐를 보임으로써
베르니니의 디스를 포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실제로 이 구도로 잡으니 두 거장의 건축물이 잘 대비되어 보인다.
낮에 보았어도 상당히 매력적이었을것 같지만,
혹 다시 오게되더라도 야경을 즐기러 오고 싶은곳이었다.
마지막 코스를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1주일이 어찌나 빨리 지나가는지..
여행을 함께한 일행들과 맥주라도 한잔 하려고,
호텔에서 10분정도 나가면 있는 작은 가게를 다녀왔다.
확실히 로마 외곽이라서 길이 외지니까 남편들이 다녀올테니
와이프님들은 방에서 잠시 쉬고 있으라고 하고
남자셋이 설렁설렁 다녀오는데,
현지인으로 보이는 노부인이 우리가 지나가니 가방을 숨기며 피해가는데,
이곳 사람들을 내가 경계하는 만큼이나,
이곳 사람들도 나를 경계하는 게...
정말 치안 하나만큼은 우리나라를 넘어서는 나라가 없는것 같았다.
우여곡절은 치워두고 아까 저녁먹으면서 사온 치킨과 함께 맥주한잔.
결혼기념일이 모두 같은 이 인연의 첫 만남은 스위스 취리히 공항이었고,
로마에서의 마지막 밤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정말 크게 자리잡은 아쉬움의 자리였다.
다음날은 별다른 일정 없이 점심시간 즈음에 가이드가 픽업해서
로마 공항에 데려다 주는걸로 끝이지만,
나와 인슈는 마지막날 오전에 스냅사진 촬영이 있어서,
마지막 날까지 꾹꾹 채워 알차게 보낼 예정이었다.
사실 로마에서도 엽서를 하나 썼는데,
지금까지의 엽서는 다 우체국을 통해서 부쳐왔고,
아무리 늦어도 2주만에 다 받을 수 있었다.
로마 여기저기에 노란색 박스를 붙여둔 프렌드 포스트라는 업체가
기념품을 파는 가게 여기저기에 자체 우체통을 두고,
2.5유로짜리 우표가 포함된 엽서랍시고 파는데,
우표가 이것과 같은 스티커 하나였다.
그리고 이쪽 업체를 통해 부친 엽서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벌써 4달이 지났으니 이제 못받는다고 보아도 되겠지.
뒤늦게 트립어드바이저 등을 통해서 검색해보니,
사라지기도 일쑤고, 기본 한달 이상이 걸려서 도착한다고 한다.
혹시나 여행지에서 엽서를 보낼일이 있다면 꼭 정규 우체국을 이용하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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