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도 받을겸 부모님이 먼저 내려가있는 남도여행도 합류할겸
연차를 내고 축하할만한 일도 생긴 12월 9일 오후에
KTX를 타고 광주송정으로 휙~ 내려갔다.
세상에 광명역에서 1시간반정도만에 광주에 도착한다.
내가 모르는 사이 현대 과학은 참 많이 발전했다.
사실 광주는 내려가볼 생각도 못했던 곳인데..
민영누나에게 추천받은 산수옥을 갔다.
이게 5천원인데 이거만으로 꽤 양이 많다 싶을정도였고,
일단 육수도 딱 달달한게 내스타일..
이거 하나 먹자고 광주내려가는건 좀 에러라서
맛집 포스팅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그만한 가성비가 있었다
(돌아다니다보니 여기저기 체인점이 많이 생겨있더라...)
캐나다에서 써보고 깊은 감동을 받은 에어비앤비를 이용해서
화순북면쪽에 잡은 숙소...
호스트님이 필실로 쓰는 건물이라는데,
날이 추워서 씻을때 좀 힘들었던거 빼고는 너무 심하게 조용하고..
주변에 불도 제대로 안켜져 있어 밤에 별구경하기도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도 여행코스의 딱 중간에 있어서 동선짜기가 수월했다.
첫 여행지는 천불천탑의 전설로 유명한 운주사..
내가 운주사를 처음 만난건
어릴때 한국의 미스테리 99선인가였던 책에서 본..
천불천탑의 전설이었고..
그 다음은 퇴마록 혼세편의 첫 이야기...
와불이 일어나면에서 나온 천불천탑의 복원과 와불이야기에서였는데,
지리산 화순에 있는 이곳은 정말 와보기 힘들줄 알았는데,
갑자기 오게 되어서 엄청 들떠있었다.
매표소에서 티켓팅을 하고(인당 3천원)
도선국사가 절을 개창할때 도술로 부리던 석공들이
닭울음소리에 놀라 연장을 두고 갔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바위..
운주사 구층석탑(보물 796호)
쌩뚱맞게 일주문과 경내사이에 탑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경내로 향하는 길목 여기저기에 불상들과 탑들이 놓여있었다.
원래 천불천탑이라고 하는데...
현재는 십여기의 탑과 구십여존의 불상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파손된 불상들도 있고,
입구가 지금이나 이렇게 넓게 열려있지
주차장공간에 숲이 조성되어 있었다면 충분히
숨어서 지낼수 있는 공간같아 보이는 지세였다.
석조불감앞의 칠층석탑과..
운주사 석조불감(보물 797호)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형태의 불감형태의 불상도 있었으며..
운주사 원형다층석탑(보물 798호)
그림으로만 봐오던 원반형태의 탑....
수많은 사찰들을보러다녔지만, 이런 형태의 탑은 처음이었다.
경내 이곳저곳에도 탑들이 놓여있었고,
단층이 드러난 산이 절을 감싸듯이 둘러쳐진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신비감을 보여주었다.
신기함을 배가시키는 단지형의 석탑과
단층절벽 아래에도 불상들이 놓여있었으며,
원반형 석탑위엔 수많은 작은 탑들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절벽에 새겨진 운주사의 마애여래좌상....
코가 유독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었다.
경내를 둘러보았으니 이제 와불을 뵈러가야지..
자잘하지만 많은 계단을 올라오니 거북바위위 오층석탑과
바위위의 교차문 칠층석탑이 거의 다 올라왔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저 위에 있는 와불을 지키고 있는 시위불과..
왜 그 바위가 거북바위인지는 여기서 내려보면
정말 거북이 머리같이보여서 인것 같았다.
그리고 거북이 머리 아래에도 많은 불상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꼭데기에서 드디어 와불을 만날수 있었다.
새 시대가 오면 일어난다고 하는 와불...
실제로 태국 등지에서 본 와불은 부처의 열반장면을 보여주는..
소승불교의 최대가치인 열반을 묘사해두었는데..
이곳의 와불은 여래불좌상인데
일반적인 경우라면 누워있을 이유가 없을텐데...
전설에 따르면 도선대사가 절을 창건할때,
와불을 미처 일으키지 못했다고 한다.
여튼 계속 누워있는걸 보니
아직 새 시대가 오지는 않은것 같았다.
와불이 있는 위치에서 내려다보이는 지세...
정말 모든 것을 숨겨 마음만 먹으면 보여주지 않을수 있었으리라..
그리고 이곳의 신기한 점중 하나인 칠성바위...
이 거대한 돌들이 북두칠성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나가는 길목에 있었던 여러개의 불상..
여기있는 불상들은 천불천탑이 만들어지던 시절이 아닌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불상으로 보였다.
탑과 불상 모두가 같은 모습이 없고..
다른 사찰에서와는 달리 조금 막생긴 모습들인건...
전설과는 달리 여기의 탑과 불상들은 숨어지내던 사람들이
만든건 아니었을까...
특히나 불상이 여래불 혹은 미륵불이었던걸 보면..
힘든 삶을 살아오던 민초들이 새 시대를 열어줄
메시아를 기다리는 염원을 담아 만든게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 많은 염원과 간구의 절정이 이곳의 와불이 아니었을까...
나 역시 부디 새 세상이 열려 와불이 일어나길 기원해본다.
절 입구에 계절을 잊고 피어난 개나리....
이제 곧 겨울이 올건데 어째 벌써 꽃망울을 터트린걸까...
운주사에서 10킬로 정도 거리에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화순 고인돌군이 있었다.
흔히 북방식과 남방식으로 구분되던 고인돌이
이제 4가지 정도의 양식으로 구분된다고 하는데,
고창과 강화와는 달리 이곳은 4가지의 양식이 모두 존재하며,
현재까지 발견된 수가 596기에 달한다고 한다.
이지역은 굳이 따지자면 삼한중 마한의 영역에 속하지만..
그 역사는 철기시대의 역사고...
고인돌이라 하면 청동기 시대 지배자의 무덤정도로 해석이 되고 있는데
발견된 것만 596기라 한다면
강대했거나, 혹은 오래된 청동기의 문명이 존재한 건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냥 매장풍습만 강하게 발달된 사람들이 살았거나...)
이곳 투어는 도보로 하긴 어렵고
차를타고 가다가 중간중간 멈춰서서 봐야 할 정도로
길게 늘어서 있는 유적군이었다.
고양이가 웅크리고 있는 모양이라고 하는 괴바위 고인돌군...
어찌보면 정말 그루밍중인 고양이의 모습을 볼수 있었다.
세계문화유산의 상징을 정말 거대하게 만들어두었다.
퀘벡의 3차원 상징이 신기하다고 했는데
여긴 한술 더 뜨는 느낌이다.
이곳은 원님이 공무를 보았다고 하여 관청바위 고인돌군이라고 하는데,
190여기의 고인돌이 열을 지어 있다고 한다.
열을 지어있다고 하니 프랑스 카르낙의 선돌군이 딱
이런느낌이 아닐까... (물론 거긴 3천여기...)
찻길 아래쪽으로 나무숲 사이로 쌓여있는 둥근 달바위고인돌군..
보검재 너머로 고인돌과 바위들이 혼재하는 곳....
바위가 너무나 많아서 다 찍는건 포기..
그리고 이곳이 가장큰 덮개돌을 자랑하는
280톤급의 핑매바위 고인돌지구란다.
말이 280톤이지 이걸 끌려면 어지간한 노동력으로는 될리가 없었을테니
분명 이곳엔 강력한 군장이 살았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이 거대한 바위의 아래쪽에 깎은 흔적도 있어서
정말 놀라움을 금할수가 없었다.
이곳 유적의 또다른 특징은...
바위를 가져온 채석장지구가 따로 있다는점인데..
아주 긴 거리를 끌고온 것은 아니지만,
그 출처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리라..
이곳 감태바위 고인돌군은
다양한 양식의 고인돌이 모여있는 특이한 곳이었다.
대신리 발굴지는 일부 유적의 발굴현장을 공개해두었다
물론 보호를 위해 건물을 돔처럼 만들어두었는데...
여기 공개되어 있는 무덤자리에서 청동기 유물들이 나왔다고 한다.
이 위에 다 각각의 덮개돌이 존재했으리라...
오전 여행코스는 정말 내 입맛에 정확히 맞춰둔 코스였다.
거리가 얼마 안되니 운주사와 이곳을 묶은 관광상품이 나온다면..
꽤나 매력있는 코스가 되지 않을까..
오전내내 걸어다녔더니 배가 고파왔고,
담양가서 먹으려고 했던 숯불돼지갈비를 먹기로 했다.
담양식이라고 하는 숯불갈비는 특이하게도 구워서 나온다.
고기냄새가 배지 않으면서 밑에 구운 돌이 깔려있어 온기가 오래 유지된다.
이걸로 화순여행을 마무리하면서 담양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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