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네샤이덱에서 머리를 깨버릴것 같았던 고산병 증세는 씻은듯 사라지고,
몸이 편해지니 아쉬움이 밀려왔다.
해가 빨리지다보니 하루가 너무나 짧게만 느껴졌다.
내려오는길은 라우터브루넨의 반대방향, 그린델발트쪽이었다.
미리 좀 챙겨보았을때는 그린델발트에서 올라가는 피르스트와
그 인근이 무척이나 아름다운데다가,
나름대로 인근의 많은 봉우리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고 하기에,
시간이 되면 역 주변만이라도 둘러보고 싶었으나,
내려가는 길목인데다가 일행이 있는 여행이기에 그냥 마음을 접고 있었다.
그런데...
그린델발트 직전 그런드역에서 우리일행중 한커플이
잠시 내렸다가 복귀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해 버렸다.
(친해진 지금이야 대구커플이라고 부르지만...)
더구나 그들의 짐이 그냥 기차에 남아있는상황
그리고 그린델발트 그런드와 그린델발트는 기차로 약 2분정도 거리...
사실 이걸 알았다면 그냥 역을 따라서 올라왔어도 충분했을법한 시간이었지만,
그런걸 알리 없었으니 일단 일행들의 짐까지 챙겨서 내렸다.
여기서 우리가 결정적으로 친해지게 된 계기가 되었는데,
좌석이 예약되어 있는 인터라켄오스트역행 기차를 그냥 포기하고,
무거운 짐은 라커 하나에 같이 맡겨두었다가,
다음차로 오는걸 기다리자는데 아무도 싫다는 말 없이 찬성해주었고,
그 덕에 그린델발트를 쓱 둘러볼 기회가 생겨버렸다.
저 웅장한 아이거가 내려보고 있는 이곳은
역 주변인데도 꽤나 한적한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미리 알아본 정보에 의하면 이쪽에 숙소를 잡는 사람들도 꽤 된다고 한다.
다음 기차가 오기까지 30분이 걸리고,
인터라켄오스트행 기차가 약 37분쯤 후에 출발하는 관계로
아주 오래 시간을 보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큰길을 따라서 한가로운 산책을 할 시간으로는 넉넉했다.
확실히 여긴 건물들이 좀 통일성이 있다고 해야하나..
약간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기는 했다.
그리고 완전한 관광지같은 느낌이 나는 다른 곳과는 달리
여기서는 학교끝나고 돌아다니는 꼬맹이 들도 볼수 있었고,
뭔가 좀 마을같은 느낌도 들었다.
마냥 길을 가다가 요 아보카도가게가 보이는데서 돌아왔다.
별 의미가 있는건 아니지만 그냥 와이프가 좋아하는 게 간판으로 달려있어서,
우리 앞에서 걸어가고 있던 두명은 이렇게 찍는 사진마다 뒷모습을 남겨주었다.
약속한 시간에 맞추어 그린델발트역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낙오된 '두명'과 핸드폰을 두고내린 '한명'이 모두 짐을 찾고나서
저녁식사를 예약해두었다는 빌더스빌역에 가기 위해
인터라켄오스트행 기차를 탔다.
어차피 여기서 출발하는 기차라서인지,
굳이 예약칸을 타지 않아도 자리는 충분히 널널했다.
빌더스빌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렸고,
기차에서 내려보니 어느새 해는 다 져서 어둑어둑했다.
저녁메뉴는 스위스 음식 퐁듀세트
치즈, 미트, 초코퐁듀가 순서대로 나온다고 하는데
저 치즈는 뭔가 좀 고릿한 향이 나지만 빵을 찍어먹으니 나름 맛있었다.
다시 생각해도 구수함을 넘어선 고릿한 향이 생각나는걸 보면
다음에 갔을때 꼭 찾아서 먹을것 같진 않은 그런맛..
낙농업을 전문으로 하는 국가다보니 유제품이 아주 유명한데,
난 여기치즈가 너무 진해서 입에 잘 안맞았다...
다음코스는 미트퐁듀...
저 쇠고기를 긴 포크로 찍어서 저기 끓는 기름에 넣어서
어느정도 튀겨지면(?) 소스 찍어서 먹으면 되는데,
기름을 찍어먹는게 아닌데 이게 왜 퐁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정말 맛있었다.
(마주앉은 파베리아커플을 지워줘야 하나 싶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다)
마지막 메뉴는 초코퐁듀..
여기 오렌지, 바나나, 사과를 그냥 초콜릿에 찍어먹으면 되는데,
바나나는 좀 잘 어울리는듯 싶었으나,
오렌지랑 사과는 새콤한 맛이 초콜릿과 잘 어우러지지 않는것 같았다.
양이 얼마 되지 않는것 같은데, 그래도 먹다보니 배가 불렀다.
인터라켄 호텔에 투숙하면 이곳에서 시내버스를 탈 수 있는 쿠폰을 주는데,
그걸 이용해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숙소앞 면세점에서 선물과 우리선물(?)을 사고
다음날 떠날 짐을 슬슬 챙겨두었다.
보통 신혼여행을 패키지로 가면,
진상 일행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냥 각자 놀기 바빠서 서로 데면데면하게 있다가,
누가 있었는지 조차 모르고 넘어가는게 기본이라고 하는데,
첫날은 좀 그런면이 있었지만,
둘째날 조식먹을때부터 아침에 슬쩍 건네는 인사로 시작해서,
산을 오르면서 3번씩 갈아타야하는 기차에서 자리를 자꾸 바꿔가면서
말을 트다보니 어느새 아이스브레이킹은 다 되어있었고,
'낙오커플'(ㅋㅋㅋ)을 기다리기로 결정하면서,
다들 그렇게 이기적이지 않은걸 확인하고,
저녁식사를 하는데 고맙다고 맥주를 돌린 두 커플덕에..
어느새 상당히 친해질 수 있었다.
다음날은 이탈리아 베니스까지 알아서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이것도 무려 3번을 갈아타면서 이동을 해야해서
신혼여행 코스중에서 가장 걱정이 큰 구간이었다.
더구나 그 사이에 면세처리도장도 받아서 제출해야 하는데,
시간이 될지도 의문이었고, 길을 잃지나 않을지 상당히 걱정이었다.
스위스에서 3박을 하는 한 커플을 제외하고 6커플 모두 같이 이동을 하게 되어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결혼기념일이 같은게 보통인연일까...
최종적으로 5커플이 이탈리아까지 함께 가게 되었고,
구간구간 대기를 해야할때 함께 기다리면서,
서로의 짐을 같이 볼수 있으니 그 치안이 좋지 않다는 이탈리아에서도,
맘 편히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설령 둘만 다녀오는 여행이었다면,
한명이 화장실이라도 다녀올라치면,
2개의 캐리어를 와이프 혼자 봐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수도 있었는데,
그런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혼여행 한달 반만에 다시 다섯커플이 함께 모임을 하게 된것도..
(회비 냈으면 온거로 쳐야지..)
보통 인연은 아니리라..
그리고 이 연의 맺음점이 된 대구커플이 모임에 오진 못했지만,
그래도 2세들 중에선 첫째를 보게 되었으니
볼진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축하하고, 다들 앞으로도 인연을 잘 이어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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