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핑크스 전망대에서 내려오니 역사관을 지나
얼음궁전으로 가는 길이 있었다.
어마무시하게 거대한 스노우볼...
이거 하나쯤 집에 덕질용으로 가져가고 싶은 디자인인데,
부피가 어마무시하다.
스노우볼 이제 안모으려고 했는데,
기념품점에 혹시나 이거 미니어쳐 있나해서 둘러봤는데,
없어서 스노우볼 수집은 그냥 포기.
터널을 뚤고 있는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렇게 위험한 작업을 하는데 괜찮았나 싶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희생자들의 명패가 전개된 구간이 나왔다.
이렇게 수많은 희생을 겪고서야 이 곳이 만들어지다니..
어느 나라든 후손들이 잘 살기 위해서는 조상들의 희생이 수반되는건
어쩔수 없나보다...
미니어쳐 융프라우요흐..
이곳을 지나니 얼음동굴이 시작되었다.
푸르딩딩한 얼음덩어리를 시작으로..
정말 말 그대로 얼음동굴 그 자체가 있었다.
추워서 꽁꽁 얼어붙은 꽁꽁이랑 셀카도 찍어주고..
엄청 추워서 안그래도 추위 많이 타는 사람이
딱봐도 꽁꽁 얼어있는데, 그래도 즐거웠나보다.
얼음동굴 답게 얼음으로 만들어진 조각들이 군데군데 있었고,
이 탑 오브 유럽이라고 하는 조각을 기점으로 돌아나가게 되어 있었다.
추워도 하라는건 다 하는 인슈..
왠지 이런거 있으면 하나씩 찍어주고 싶은데,
줄서서 기다리고 이런걸 안좋아해서 연출하기가 쉽지 않다.
모델이 까탈스럽기는...
얼음동굴의 끝에는 조각들을 넘어서서
꽃 자체가 얼려져 있었다.
왠지 이런거 보면 슈퍼마리오3에서 6지구 얼음왕국이 생각나는거 보면,
나의 덕질은 시도때도 없는가보다.
얼음동굴을 지나 고원지대의 전망대로 나갈수 있었다.
융프라우에 다녀온 수많은 사람들이 스위스국기를 들고 인증하는,
그 전망대가 바로 여기였다.
그리고 그 너머로 고고하면서도 청초한 융프라우가
그 자태를 드러내었다.
융은 독어로 '젊은', 프라우는 전에 프라우뮌스터에서도 보았듯 '여성'을 뜻한다.
그러니 융프라우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처녀봉'정도가 되리라..
바로 주변의 묀히나 곧이어 보게될 아이거의 웅장하고 날카로운 면모에 비하면
정말 여성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그런 봉우리였다.
굳이 줄서기를 싫어하는 인슈와 함께..
그래도 스위스 국기를 배경으로 한장은 남겨줘야지..
푸른하늘, 새하얀 융프라우의 배경에 붉은 스위스 국기가 주는 임팩트가
이곳을 인생샷포인트로 만들어준다.
이곳에 오르기 전에 가장 걱정한게,
체력이 약한 인슈가 고산병 증세로 괴로워 하지 않을까 하는거였는데,
그래서 미리 고산병약을 구매해두려고 했으나,
동네 약국에서는 비아그라 처방전을 받아오라고 하거나..
애초에 구비해 두고 있는 약국은 없었다.
(역시 탄핵된 그분 덕분에 비아그라가 고산병약으로 통용되나 싶었다.)
하기사 우리나라에 3000미터 이상의 고산지대가 있지도 않을 뿐더러,
누가 어쩌다 하나 팔릴지 모르는 약을 준비해 두었을까..
인터넷을 뒤져보니 인터라켄 오스트역에 있다는 드럭스토어에 약이 있다고해서
찾아봤는데 애초에 그 자리에 드럭스토어가 없었다.
별일 없겠거니 하면서 산을 올랐는데
높은산이라 산소가 희박한데다 찬공기를 쐬다보니 내 맥박은 130이상으로 올라가서
점점 체력이 떨어져갔다.
머리가 점점 무거워지면서 호흡이 가빠지는걸 느끼고 나니..
이게 고산병증세구나 싶었다.
잠시 바깥공기를 마시면 조금 나아지는듯 했지만,
찬공기가 머리속을 때려주니 상태가 더 안좋아져서
다시 건물로 들어가서 쉬기로 했다.
건물 중간에 린트초콜렛의 개발과정이 전시되어 있으면서
초콜릿을 파는 곳이 있었다.
기념품을 사갈까 했는데, 내무부장관께서 승인하지 않아서..
일단 그냥 넘어갔다.
(나중에 알게된거지만 스위스나 이탈리아 어디에나 린트초콜렛이 있다)
(가격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 위는 뭐든 다 비싸다)
카페테리아에서 10프랑짜리 컵라면과 샌드위치를 사먹었다.
내가 뭔가 홀린건지 스위스의 고산 한가운데서 신라면이라니..
여기서 먹는 라면은 양구에서 한겨울에 야간근무를 다녀와서 먹었던
그 뽀글이만큼이나 맛있었다.
평소에 국물은 절대 안먹었는데 여기선 참 잘 넘어가더라..
사람들이 이곳에서 사먹지 않고 산 아래에서 라면을 가져오곤 하니,
이곳에서 뜨거운 물은 5프랑을, 젓가락은 3프랑을 받고 팔고 있었다.
결국 라면은 2프랑... 운반비 생각하면 싼 편이다.
다른 레스토랑도 있었지만 여기 카페테리아에서 간단하게 먹고,
자리가 나서 조금 앉아서 쉬었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서 깜빡 졸다가 숨이 가빠져서 다시 전망대로 올라갔다.
찬공기를 쐬니 상태가 또 조금 좋아지는 듯 했다.
고산병이 무섭다 무섭다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 겪어보니 정말 무서웠다.
그래도 크게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 봤다.
융프라우요흐 전망대를 크게 둘러보고 식사를 하니,
어느새 일행을 만나 내려가야할 시간이 되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기차를 타고 클라이네 샤이덱까지 내려오니
쉴새없이 두근거리던 가슴이 안정되더니 맥박이 100언저리로 내려왔다.
그리고 신기하게 두통도 씻은듯 사라졌다.
올라갈때는 라우터브루넨을 통해서 올라갔는데,
내려오는 길은 여기까지 왔는데 같은코스를 보면서 심심하지 말라고
그린델발트를 통해서 내려오는 코스를 잡아주어서
또 다른 매력을 느끼며 내려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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