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SERAP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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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JAPAN

2015.07.27 일본여행 - 대각사

다크세라핌 2018. 2. 17. 01:19

가이드님의 추천으로 가게된 곳은 천황의 휴가지라는 대각사(다이가쿠지)였다.


전형적인 일본의 골목길을 지나서, 

버스정거장과 붙어있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대각사로 향했다.


예전엔 해자의 기능도 했으리라 생각되는 얕은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담과 개울을 생각하면 쉽게 넘어가기는 어려워 보였다.


기요미즈데라의 붉은색과는 대비되는 흰색의 건물이 대각사였다.


들어가자 마자 보인 정원에는 소나무들과 분재가 가득했다.

아직 입장조차 하지 않은 외부정원이 이정도라니...

우린 여기서도 꽤 오래 사진을 찍느라 지체할 수밖에 없었다.


입구에는 천황가의 문장인 국화문양이 있었다.

들어갈때 슬리퍼를 갈아신고 다녀야 하는데

우리가족들의 신발 외에는 3켤레 정도만 있는걸로 봐서

가이드님의 말대로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곳이기 때문일까

전체적으로 너무 조용했다.


천황이 직접 사용했다는 가마가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쓰던 어가에 비하면 생각보다 그 규모가 작은편이었다.


신기하게도 건물 전체가 복도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굳이 땅으로 내려가지 않고도 이동이 가능했다.


주정원에는 천황이 머무는 곳에 반드시 심어둔다고 하는 귤나무와 매화나무가 있었다.


금박의 병풍으로 장식된 침실도 공개가 되어 있었고,


천황 전용의 공연무대도 있었다.


그리고 정원은 은빛의 모래로 덮혀있으면서 

군데군데 신기하게 생긴 나무가 있었다

요 소나무는 동궁전하 어수식송이라고 써있는걸 보면

일본 왕세자가 직접 심은걸로 보인다.


복도를 보면 생각보다 좁고 머리위로 공간이 얼마 없었다.


그 이유는 복도에서 칼을 휘두를 수 없게 하기 위함이란다.

실제로 좌우폭이나 위와의 폭이 대도는 물론이거니와 소도도 휘두를 수 없는 폭이다.


그리고 바닥을 밟을때마다 마치 삑삑거리는 것과 같은 소리가 거슬렸는데..

난 이게 내 몸무게때문에 바닥이 버티지 못하는 소리가 아닌가 불안했는데..

사실 그것도 사람이 지나다니는 것을 멀리서도 알수 있게 하는 

경호시스템의 하나라고 한다.


역시나 힘이 없는 천황이라도 국가원수가 살아야 하는 곳이니만큼 그만한 경호시스템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 갖춰져 있나보다.



심지어 기둥옆의 장식도 금색의 국화문양....

나름 신경을 많이 쓴 모양이었다.


이런식으로 모든 건물은 다 복도로 연결되어있다.

굳이 땅에 내려설 필요를 없게 만들어둔 안배가 엿보인다.


한참을 걸어서 공연장의 반대면으로 왔다.


무대를 기준으로 동편은 세자의 침실이, 서쪽은 천황의 침실이라고 한다.

나름 이 부분은 세자를 동궁이라 칭하는 유교적인 영향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짚으로 된 고리는 좌측, 우측, 좌측으로 3번을 돌아서 통과하면 된다고 했는데

액운을 막아준다고 한다.

이 고리를 따로 판매하기도 하지만 뭔가 미신과 관련된것들은 패스.


동쪽으로는 넓은 인공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이곳에다가 배를 띄우고 뱃놀이를 즐기거나,

혹은 수상공연을 보고 즐겼다고 하는데.

가히 그 풍류의 수준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건 뭔가 추모관 비슷한 분위기를 내는 건물이었는데..

설명이 일본어라 읽을수가 없었다.

모든 건물이 복도로 연결되어 있는데반해

요 건물 하나만 내려가야하게끔 되어있는걸 보면,

굳이 자주 갈 일은 없는 건물이 아닐까 생각된다.


건물 뒤쪽으로도 작은 연못과 개울이 있는 정원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오는길에 아까 보았던 그 침실을 다시 지나오면서 끝.


건물 전체를 둘러보는데만도 30분이 걸리는

작다면 작고 작지만은 않은 건물이었다.


중간에 은퇴후 출가한 천황들의 등신상과 화상이 놓여진 곳을 제외하고는

사진촬영이 가능해서 닥치는 대로 찍어봤는데,

그 사진 하나하나가 같은 테마의 사진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가 모여있으니 의외로 밸런싱이 좋아보였고

작은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하나의 테마파크와도 같은 느낌을 주었다.

앞쪽의 정원과 뒤쪽의 정원의 분위기가 다르고,

중간중간에 있는 기암과 나무들이 지나는 내내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했다.


너무나 조용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지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서 관광객이 많지는 않다고 한다.

그래서 금각사나 청수사의 번잡한 분위기보다 은각사가 더 좋게 느껴졌는데..

평일이기때문인지 대각사는 정말 단독으로 관람을 한것처럼 

중간에 사람들을 거의 마주치지 못했다.


지금도 일본여행중에 다녀온 곳중 이곳이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포스팅을 하는데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좋은건 가능하면 공유하지 않고 싶어서였는데..


최근엔 아라시야마와 함께 연계된 관광코스로 이미 꽤 알려진 모양이었다.

그래서 다음에 일본을 방문할때도 이 분위기를 느껴볼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이미 조용한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껴보았기에..

한번 간 여행지는 여간해선 다시 가지 않는게 내 여행의 모토지만,

그래도 이곳은 교토를 방문하면 한번쯤 꼭 다시 들러보고 싶다.